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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포통장 관련 사람들하고 모의를 할 수도 있고, 조용한 곳에 있어야 한대요. 그래서 모텔 같은 데에서 대기를 하라고 하는 거예요. 나중에 경비처리 해주겠다고...
<배상훈/프로파일러>
어딘가에 조용한 곳으로 가라. 그 조용한 곳이 결국은 모텔방, 호텔방 이런 데. ‘네가 범죄자가 된다’ 이런 것을 지속적으로 개연성 있게 설명을 합니다.
<유양인/경황금성게임종류
찰청 보이스피싱 대응단 계장>
그들의 미래를 인질로 잡아서 협박을 하면, 이 사람들이 정말 취약해지기 때문에 그런 구조에 많이 당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피해자가 문을 잠그면,
보이스 피싱이 시작된다.
온라인 손오공 릴게임
<정승찬(가명)/ 보이스 피싱 피해자>
네.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이고 ‘셀프 감금’ 보이스 피싱으로 약 1억 6천만 원 피해를 입은 피해자입니다.
다빈치
서울중앙지검 사무관이라고 하면서 제 명의로 불법 계좌가 연루되었다 해서 형사사법포털 아이피 하나를 알려주셨는데, 그 아이피를 검색하고, 제 이름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해 보니까 구속영장이 하나 발급이 되어 있더라고요.
자금세탁 불법 명의도용 사건, 그리고 개인 명의 도용 침해.
동영상황금성
법무관이 진짜 사람인지 좀 궁금해서 검색해 봤는데, 진짜 있는 사람이었어요.
검찰총장 직인까지 찍힌 문서.
승찬 씨는 검사라는 남성의 말을 온전히 믿게 됐습니다.
<정승찬(가명)/ 보이스 피싱 피해자유화증권 주식
>
구속영장이 발급이 되었으니 이제 약식 조사나 구속 수사를 받아야 된다고 했었어요.
약식 수사를 받아야 이제 제가 구치소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약식 조사를 받는 사람이다 보니까 신변 보호를 받지 않으면 약식 조사를 이어갈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조사받기 위해서 신변 보호 위치를 지정을 해주었어요.
(기자: 신변 보호 위치라고요?)
네 맞아요. 신변 보호 위치라고 하면서, 이제 집 근처에 숙박을 하나 잡아줬어요.
남성은 승찬 씨에게 구치소에 가는 대신 혼자 숙박업소에 머물며 조사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피해자 스스로 고립되는, 이른바 ‘셀프 감금’이 시작된 겁니다.
호텔에는 거의 2주 정도 있었습니다. 4월 8일부터 4월 21일까지 이제 호텔에 감금되었고.
보이스 피싱 일당은 피해자를 방 안에 가둬두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정승찬(가명)/ 보이스 피싱 피해자>
매시간 정시 보고를 하라고 양식을 주고. 몇 시 몇 분에 누구랑 통화했는지 수신 발신에 대한 이 내역들. 제가 사용한 어플에 대해서도 그 어플 명을 기재해서 같이 보고해야 했었어요.
이제 화장실이나 TV 시청이나 카톡이나 아예 다 못 하게 했었어요.
(기자: 근데 사실 몰래 해도 되긴 하잖아요.)
검찰 측에서 어떤 앱을 설치하고, 지시대로 했더니 악성 앱이 그 이후로 한 3개 정도
깔렸던 걸로 기억이 나요.
제가 누구랑 통화를 했는지 문자를 누구한테 보냈는지에 대한. 그리고 제 실시간 위치도 알 수도 있고 제가 휴대전화를 만지면서 뭘 하고 있는지도 볼 수도 있고.
이 사람들이 제 휴대전화 감시하면서 막 너 지금 뭐하고 있냐라고...
또 그들은 승찬 씨를 끊임없이 ‘범죄자’ 취급했습니다.
아무런 죄도 없이 매일 반성문까지 써야 했던 승찬 씨.
<정승찬(가명)/ 피해자>
제가 잘못한 게 없어도 제 명의로 일단 불법 계좌가 발생했으니까 ‘너의 잘못’이다.
수사 기관에 협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빨리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일상생활에서 억압받다 보니까, 그냥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배상훈/ 프로파일러>
보이스 피싱은 딱 하나 청각 그거만 속이면 돼요. 이게 더 중요한 거는 하나만 속이면 나머지는 다 상상입니다. 스스로 공포라는 괴물을 만들어 냅니다. 범죄 하니까 겁을 먹게 만들어서 ‘네가 입증해야 해’ 그러니까, 당황하면 ‘어 그래야 하나?’ 헷갈리죠. 스스로를 통제하는 방식으로써 셀프 감금을 하게 만드는 겁니다.
홀로 고립돼 수사받고 있다는 압박감에 지쳐가는 피해자들.
이때부터 이들은 본격적으로 돈을 빼낼 궁리를 합니다.
열흘 동안 숙박업소 4곳을 옮겨 다니며, 셀프 감금 피싱을 당했다는 지영 씨.
방 안에 갇힌 지 3일이 지나서야, 보이스 피싱 일당이 ‘돈’ 이야기를 꺼냈다고 합니다.
<한지영(가명·음성변조) / 보이스 피싱 피해자>
인스타그램 같은 SNS도 안 들어가고 그냥 오로지 TV만 보면서 이틀을 보냈고. 이제 월요일부터 뭔가가 진행이 됐었는데.
제 계좌가 검수 계좌라서 근데 이게 약식 수사이기 때문에 영장 같은 게 안 나온대요. 제가 협조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물품 보관소에다가 카드를 두면은 뭐 우리 직원이 가져가 가지고, 그 카드를 이용해서 계좌를 검수를 할 거다.
지하철 물품 보관소에 카드를 두고 가라는 이상한 지시.
하지만 피해자가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마치 수사 협조를 거부하는 ‘범죄자’처럼 몰아갔습니다.
<한지영(가명)/피해자>
아니,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나한테 이러지 하면서 저는. 그냥 빨리 협조해서 저의 무죄를 밝혀내고 싶은 심정인 거예요
카드 사진 한 장, 그리고 물품 보관소에 번호 한 장. 그리고 거기가 어딘지 좀 보이게 전체적으로 한 장 이렇게 세 장 찍어서 보냈죠.
(기자: 그럼 그 비밀번호도 알려주신 거예요? 비밀번호는 근데 좀 알려주기 좀 껄끄럽지 않았어요?)
<한지영(가명)/ 보이스 피싱 피해자>
아, 이거 빨리 협조를 해서 해결을 해야 하겠다. 그런 마음뿐이었죠. 그래 내가 구치소 안 간 게 어디냐 라는 생각에 그냥 알려주게 됐어요.
보이스 피싱 일당은 통장에 든 돈만 가져간 게 아니었습니다.
신용도를 조사해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비대면 신용대출’까지 받게 한 사기범들.
사회 초년생 지영 씨도 그 말에 속아 3천만 원의 빚을 지게 됐습니다.
<유양인/경찰청 보이스 피싱 합동대응단 계장>
사회 초년생들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그 취업을 준비하거나 아니면 뭔가 일을 하더라도 또 다른 일을 찾는다던가 이렇게 본인에게 남은 희망이나 뭐 이런 미래가 많다 보니까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그 협박이 엄청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거예요.
올해 들어 8월까지 기관 사칭형 보이스 피싱 피해자는 9천여 명. 이 중 절반 이상은 2~30대 청년들이었습니다.
셀프 감금 보이스 피싱을 당한 동생을 위해 피해 보상 방법을 찾아다니는 여성.
금융감독원과 은행 등 안 가본 곳이 없지만, 배상받을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은행권이 보이스 피싱 피해자 보호를 위해 ‘자율배상제도’를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피해자가 속아서 직접 송금한 경우는 배상 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실명 인증, 신분증도 확인했고, 뭐도 했고 이렇다는 걸로만 빠져요. 그러니까 법적으로 자기네들은 절차를 다 지켰으니까 우린 잘못이 없다. 근데 이 피해자 방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보이스 피싱은 자기가 당해서 자기 손으로 하는 건데.
지난해 은행권 자율배상제 도입 이후, 배상 신청 금액은 180억 원에 달하는데 배상금은 1억 9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현행 자율배상제도가 유명무실하다고 보고, 특단의 조치를 내놨습니다.
<윤창렬/국무조정실장(보이스 피싱 근절 종합대책 합동브리핑(9.28)>
금융권 책임을 강화합니다. 지금까지는 피해자 혼자 감당해야 했지만, 이제는 금융에서도 피해 예방의 의무를 지고 범죄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액의 일부나 전부를 배상하도록 법제화하겠습니다.
이른바 금융사의 '무과실 배상 책임'.
보이스 피싱 피해가 누구 과실인지 따지기 전에, 일단 금융사가 피해액을 배상하자는 겁니다.
<김태훈 과장/금융위원회 금융안전과>
“피해자가 입금하는 경우를 제외를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보이스 피싱 피해자 피해가 다 사실은 빠져나가기 때문에, 피해자가 입금한 경우라 하더라도 배상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될 거 같고요.
정부 발표 한 달 만에, 당정은 ‘보이스 피싱 대책 TF’까지 꾸리고, 연내 법제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은행연합회가 대형 로펌에 정부 추진안에 대한 적법성 검토까지 의뢰하는 등, 금융사들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
<은행권 관계자 1 (음성변조)>
결국은 이 돈 (피해 배상금)이 범죄자로 돈이 가는 거잖아요. 은행으로부터 결국은 범죄 조직으로 돈이 가는 건데. 그건 돈의 흐름이 사실 맞는 건 아니겠죠.
<은행권 관계자 2 (음성변조)>
(금융사가) 어떤 조치를 얼마큼 취했는지 이런 범위에 따라서 책임 범위를 조금씩 달리해야 하지 않나.
<조인철 의원/ 더불어민주당>
금융권에서 그러면 내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냐 그런 걸 감안했을 때 두 개 사이에서 적정 수준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적정 수준에서 저희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끌어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예를 들어서 모르는 사람한테 내가 돈을 보내놓고 보이스 피싱이다. 물론 나중에 사기 혐의가 드러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버리고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를 떠나요. 그러면 그거는 은행이 갚아야 되는 거잖아요.
“안녕하세요. 경찰청 보이스 피싱 통합 신고 대응 센터입니다.”
지난 달 확대 개편해 상담 인력을 2배로 늘리고,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손영희 / 보이스 피싱 통합대응센터 행정관>
이제 응대율도 올라오고. 365일 24시간으로 전환도 했고...
‘내가 보이스 피싱을 당한 걸까.’ 하루 1,500건 이상 걸려 오는 상담 전화들.
<유양인/경찰청 보이스 피싱 통합대응단 계장>
신고 대응 센터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은 정말 다양한 유형의 질문들이 들어오고, 수사 기관 입장에서도 정말 기발하다. 이런 수법이면은 일반 사람들은 정말 쉽게 속을 수 있겠구나 이런 유형들이 정말 많습니다.
피해자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는 순간에도, 또다시 발생하는 보이스 피싱.
그리고 구제받지 못해 괴로워하는 피해자들.
<정승찬(가명)/피해자>
(피해금) 갚기 위해서 좀 아르바이트도 두세 개씩 병행하면서 했었어요. 하고 있어요.
<한지영(가명/음성변조)/피해자>
지금 보이스 피싱에서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그 대출로 인해서 계속 이자를 내고. 계속 족쇄가 채워져 있는 그런 느낌이에요.
끝나지 않은 싸움. 보이스 피싱과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셀프감금 #기관사칭 #무과실배상 #자율배상 #금융범죄 #피해자보호
취재기자:최은진
촬영:강우용, 조선기, 설태훈
편집:이기승
그래픽:장수현
리서처:채희주
조연출:이민철, 엄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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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 기자 (ejc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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