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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마르지 않으면 멍청해 보이잖아" "마르면 행복해질 거야"
신작 연극 '마른 여자들(Thin Girls)'에서 거식증 환자를 위한 시설에 있는 여성들이 나누는 대사다.
9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박주영 연출가의 '마른 여자들' 프레스콜이 열렸다.
시설에 수용된 여자들은 조금이라도 살이 찔까 두려워하고, 살이 찐 듯한 '기분'이 들면 구토하기를 반복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마르지 않은 몸은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
연극 '마른 여자들'은 뉴질랜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 이자 드 작가인 다이애나 클라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섭식장애를 가진 쌍둥이 자매 로즈와 릴리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울=뉴시스]연극 '마른 여자들'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거식증 환자 3년 적금 시설에 수용된 로즈는 이 곳에서 다른 마른 여자들을 만난다. 나이도 생김새도 다르지만, 자신과 꼭 같은 사람들이다. 여자들은 거울이 없는 이 곳에서 서로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며 함께 마르고 죽어가고 있다. 극 중 대사와 장면 속에서 "마른", "뼈만 남은"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마른 여자들'의 각색 및 연출을 맡은 두산아트센터(DAC 전문대학교 순위 ) 아티스트 박주영은 "섭식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종종 '자기 파괴적'이라는 말로 규정된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자기 파괴가 아니라 자기 증명이다. ‘나는 여기 있다’라고 말하는 방법이다"라면서 "세상은 그 언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그 언어로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박주영은 자신의 몸과 반목하는 인물들을 통해 여성의 몸에 여성일수 대한 욕망과 혐오의 시선, 그리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여성들의 연대에 주목했다.
'마름'에 대한 강박을 갖고 있는 건 시설 밖의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20대 여성 로런이 친구 제나에게 "들어봐, 솜 다이어트래. 깨끗한 100% 목화 솜을 주스나 스무디에 적셔서 삼키면 식감도 조금 있으면서 칼로리는 제로라는 데?"라고 말하자, 제나는 " 하나은행 정기예금 결국 먹을 생각을 하는 건 좀 나약한 거 아닐까?"라고 하며 먹는 것조차 부정적으로 치부한다.
그러다 로런은 제나와의 관계가 나빠지자 그가 가장 혐오하고 듣기 싫어하는 말을 내뱉는다.



[서울=뉴시스]연극 '마른 여자들'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제나! 너 어떡해? 너 살쪘어. 내가 말 안하려고 했는데, 너 뚱뚱해!" (로런) "뭐! 이게 진짜!" (제나)
결국 화가 폭발한 제나는 로런과 격한 몸싸움까지 벌인다.
관객들은 이러한 '마른 여자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여성의 몸에 얼마나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평가하는지, 또 여성들이 섭식장애나 강박관념에 시달릴 정도로 마른 몸을 선망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고찰하게 된다.



[서울=뉴시스]연극 '마른 여자들'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김서휘 조연출은 언어가 주는 이미지가 실제 배우들의 신체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위험이 있다고 '연습 노트'를 통해 지적했다. 이에 '마른 여자들'의 각색 및 연출을 맡은 두산아트센터(DAC) 아티스트 박주영은 배우와 창작진에게 연습 시작 첫날부터 "절대로 마르지 마시오"라는 원칙을 전달했다고 한다.
박주영은 다양한 시각적 장치를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전한다. 원으로 만들어진 무대는 중심과 바깥을 보여주며 한 사람의 내면이 어떻게 세상과 부딪히고 확장되는지 이야기한다. 인물 간의 관계와 심리를 표현하는 영상들이 무대를 가득 채우기도 한다. 배우들은 섬세한 움직임을 통해 고립되고 연결되는 마른 여자들의 관계를 밀도 있는 감각으로 전달한다.
박주영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극작가 겸 연출가이다. 극단 기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혜화동1번지 8기 동인으로 꾸준히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한편 극 속 죽어가던 '마른 여자들'은 다행히 조금씩 희망을 되찾는다.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9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박주영 연출가의 '마른 여자들' 프레스콜이 열렸다.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2025.09.09. dazzling@newsis.com


마지막 장에서 제나의 이모 그레이스가 에어로빅을 하며 등장한다. 그의 열정적인 모습을 제나가 따라한다. 그리고 그레이스가 제나를 보며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했던 일을 떠올린다.
"데굴 데굴 데굴 진짜로 온 몸이 다 부서졌어. 그리고 몇 달을 일도 못하고 병원에 있는데, 신기하더라? 내 몸이 날 살려내더라니까? 엄청난 회복력으로! 내 몸이, 내가 그렇게 미워한 내 몸이 내 편이었어! 적이 아니라! 그때 알았지. 내 몸과 사이 좋게 지내야한다! 자, 이른 저녁으로는 에그 샌드위치를 먹을 거야. 유기농 계란으로 내가 직접 만든 샌드위치지. 주스도 한잔 같이. 우리 집의 규칙은 이거 하나야. 직접 만든 제대로된 음식을 함께 먹는 거. 간단하지? 내 말대로 할 수 있겠어?"
이후 조명이 꺼졌다 다시 켜지고 여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제나와 그레이스는 이들에게 말한다. "어서와“ 스스로를 학대하고 망가진 여자들을 안아주는 느낌이다.
'마른 여자들'은 오는 10일부터 2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